후쿠오카 여행기 (Trip to Fukuoka) 1부 (8/28)
이번 후쿠오카 여행은 진심으로 아무 생각없이 훌쩍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휴가도 아닌 평소 주말에 하루 연차내서 간다는 것도 그랬고...
회사 동기가 갑자기 가자는 말에, 그것도 본인은 파칭코만 할 것이니 알아서 놀라는 말에... (이런 무성의한!) 서울에 남아봐야 할일도 없는 판에 그냥 가보자하는 생각에 떠난 여행이었다. (그러고보면 대부분 내가 한 해외여행이라는게, 어느날 갑자기 별다른 준비도 없이 티셔츠만 몇장 챙겨서
간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파칭코광(?)인 동기 외에도 한명의 동기가 더하여 세명이 떠나게 된 여행... 다행히 난 돈만 내고 티케팅을 다른 동기가 준비해줘서 무사히 출발은 할 수 있었다.
난 개인적으로 전날 밤(금요일) 늦게까지 야근하고, 거의 12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는데, 짐도 하나 준비안한 상태여서 부랴부랴 케리어를 열어 면도기와 반바지 티셔츠 몇개를 쑤셔넣었다.
그리고 드디어 8월 28일 새벽 4시... 가만히 일어나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침 8시 비행기라... 아침에 일어나기가 참 힘들긴 힘들었다.
동기 둘을 태우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6시가 좀 넘은 시각...
공항 티켓팅 오픈시간이어서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몰려있었다. 더군다나 일본이라서...
셋은 어차피 붙일 짐도 없어서 e-ticket으로 자동발권기 앞에서 출력을 해보았는데, 처음 써봤지만 정말 편하고 좋았다. 여권 스캔 인식율이 떨어져서 고생을 잠시 했지만, 티켓 들고 검사대까지 통과하는 공항 수속이 20분도 안걸리는 경이적인 시스템에 탄성을 금치 못했다.
비행기를 타니 간단한 샌드위치가 제공되었는데, (비행기는 대한항공) 아침에 부담도 되지 않고 맛도 있었다. 나도 기내식을 되게 좋아하는 편인데, 항공사에서는 당연히 싼 노선이라 샌드위치를 줬겠지만, 아침 밥을 먹어버린 나에겐 가장 적절한 메뉴였다.
후쿠오카까지는 1시간이 좀 넘는 비행시간이었다. 도착하니 9시가 좀 넘은 시각... 후쿠오카공항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인 텐진으로 가는 시간도 불과 30분 정도... (공항에서 엄청 가까웠다)
동경 나리타 공항에서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수시간을 걸쳐 시내까지 들어갔던 것을 생각하면, 후쿠오카는 정말 공항 위치가 기가막힌 곳이었다. (나중에 오면서 택시를 탔는데 도심에서 공항까지 택시비가 2천엔 정도에 불과했다. 참고로 나리타 익스프레스 한번 편도로 타려면 인당 6,220엔이다.)
아무튼 텐진역에서 내리긴 했는데, 일어가 안되다보니 지도를 봐도 호텔 찾기가 참 힘들었다.
다음날부터는 조금 적응이 되었지만,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는 호텔 찾아오는 시간만 거의 40~50분은 걸렸으니...
게다가 그날따라 볕은 왜이리 뜨거운지, 살이 녹을 것 같았다.
호텔에 도착한 뒤, 체크인 시간인 1시까지 기다리기가 뭐해서 인근의 parco라는 쇼핑몰 지하에 있는 우동집에서 냉우동을 먹었는데, 코엑스 푸드코드의 냉면집보다는 확실히 맛있었다. (면발이 살아있다) 이 지역이 원래 라면과 우동으로 유명한 동네라 그런가... 면 종류는 다 맛있었다.
점심을 대충 때우고 나니, 한명은 야구장으로(그날 이 지역 연고인 소프트뱅크와 김태균이 있는 롯데의 경기가 있었는데, 내가 야구광도 아니고 티켓 가격도 꽤 센 편이라 구장은 가지 않았다) 한명은 한참을 헤매다가 찾은 파칭코로 향했고, 나는 호텔에 체크인을 한 다음에 잠시 낮잠을 청했다.
호텔 옆에 커피샵이 있었는데, 동행한 동기가 여종업원에게 100엔 버스를 물어본답시고 수백미터를 데리고 돌아다닌 건... 정말... 부끄러웠다. 아무튼 파칭코 찾으로 돌아다니랴, 커피 먹으랴... 이 시간만 1.5 시간은 소요...
2시간 정도 자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4시... 몸이 한결 개운해졌다.
야구장에 간 동기와 6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잠깐 티브이를 보다가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마침 TV에선 공포물만 모아놓은 쇼프로를 하고 있었는데 (강심장과 비슷한) 꽤나 무서운 이야기만 모아놓아서, 말을 몰라도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었다.
(정말 언젠가 일본말은 한번 잘해보고 싶다...)
텐진역 인근을 구경했는데, 미츠코시, 다이마루 외에도 파르코, 솔라리아 스테이지, 이와타야 등 대형 쇼핑몰 들이 워낙 많이 밀집되어 있었다. 이곳이 동경 한복판인 긴자와 뭐가 다른지 잘 모를 정도로... 이곳저곳 구경을 하다가, 이전 동경이나 오사카와 크게 다른 점이 없는 것 같아서 금새 흥미를 잃고, 소프트뱅크 홈구장인 야후돔으로 향했다.
야후돔은 한국총영사관(건물 되게 멋짐) 근처에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내려서 도보로 한 30분 정도는 소요되는 엄청난 거리였다. (지도로 보면 얼마 안멀게 느껴짐) 게다가 중간에 버스정류장 지도를 잘 봤기에 망정이지, 멋모르고 야후돔 가는 방향 출구로 나왔다고 해서 계속 직진했으면 절대 찾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저 멀리 야후돔과 그 옆의 시호크 호텔이 보였는데, 호텔도 그렇고 돔구장도 그렇고 시설이 잠실 구장보다 10배 그 이상 좋았다. (절대 비교불가) 팬도 정말 많고, 앞에는 큰 마트도 있어서 이런 저런 것들을 즐기기에 좋아보였다.
아무튼 호텔 로비에서 동기를 만난 뒤에 다시 한참을 걸어 인근에 있는 후쿠오카 타워로 향했다. 후쿠오카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는데, 한글 메뉴얼도 있고, 관광객도 한국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63빌딩 한국 사람들은 잘 안가듯이... 똑같은 경우)
어둑해질 즈음이라 혹시 닫았을까봐 걱정했는데, 여긴 동경과 달리 이곳저곳 늦게까지 열고 있었다. 참고로 이전에 공항 여행센터에서 받은 지도를 보여주니, 할인을 해준다.
티켓을 받고 위로 올라가는데 엘레베이터가 유리로 되어있어 외부를 보는데 상당히 스릴이 있다.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어야 할 정도...
후쿠오카 타워 제일 위에 있는 전망대에선 후쿠오카 시내를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사람이 좀 많긴 했지만, 도시가 전체적으로 건물도 낮고, 정리도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무슨 미니어쳐를 보는 기분이었다. 후쿠오카 타워 인근에는 인공해변이 조성되어 있는데, 밤시간이라 따로 가지는 않았지만 여기도 낮에 즐기기엔 참 좋은 장소로 보였다.
후쿠오카 타워 앞에서 그린버스를 탔는데, 야구 경기 때문에 여전히 차가 많이 막혀 버스가 예상 시간보다 20분 넘게 늦어 도착했다. 참고로 그린버스는 후쿠오카 주요지역을 돌아다니는 일종의 관광버스인데, 한국어 안내도 해주고, 버스 내부도 나무로 되어있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친환경 컨셉임을 강조한다.
밤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동기가 가져온 가이드북에 케널시티 지하 라면집이 맛있다고 하길래, 별 고민없이 케널시티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케널시티 앞에는 포장마차 거리가 있었는데, 역시 한국 사람도 많고 신기한건 대부분 라면을 팔고 있었다. 술먹고 땡깡 부리는 사람은 얼마 안되어 보이고, 대부분 가볍게 맥주에, 게다가 그날이 재즈 축제하는 날이라서 다들 재즈음악 감상하는 고상한(?) 분위기였다. 음. 쿨했다.
케널시티는 여행책자 보면 큐슈지역 여행갈때 꼭 들러야 할 쇼핑공간으로 나오던데, 밤에 본 바로는... 흠... 코엑스 몰 정도 수준? 나중에 낮에 다시 한번 들르긴 했지만 전체를 다 돌아보는데 1시간이면 충분한 공간이었다. 차라리 동경 오다이바가 더 나은듯...
1층에는 고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이 있었는데, 어쨌든 전체적으론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다.
찾아간 라면집은 케널시티 지하의 이치란 라면. 4층의 라면 스타디움도 유명하다고 했지만, 어차피 우리가 라면 고를 수 있는 안목은 없는 참이라... 그냥 간단하게 이치란 라면으로 가서 단품인 라면과 계란 하나를 먹었다. 자판기로 메뉴 티켓을 출력한 다음 안으로 들어가면 도서관처럼 혼자서 라면을 먹게 되어있는데, 메뉴얼도 그렇고 사실 먹기엔 좀 번잡스럽게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기는했다. 메뉴얼에 동그라미를 여기저기 쳐서야 겨우 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라면 맛은 흠... 건대 우마이도와 비슷한 수준(?) 하카타 라면이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우마이도도 거의 그 수준인 것 같다.
아무튼 라면도 맛있게 먹고, 지도를 따라 한 20분 정도 걸어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위층에는 사우나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무료로 사우나도 하고, 아래의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 하나 사서 먹으니 모처럼 개운한 느낌을 받았다.
새벽 4시부터 이날 12시까지, 하루가 이렇게 길 수 있구나 라는 새로운 느낌을 받은... 정말 놀라운 하루.
이날 곰곰이 고민하다가 다음 날은 하우스텐보스로 가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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